2026. 1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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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종가의 영웅] 보비 찰턴
 

찰턴은 아픔의 순간 삼사자 군단의 호출을 받았다. gettyimage/이매진스

"이봐 보비. 월터 윈터보톰 감독이 널 차출했어. 대표팀에 다녀와야겠네."
그는 귀를 의심했다. 그 날로부터 불과 2개월이 지났을 뿐이었다.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많은 친구들을 떠나보냈다. 의무감 혹은 현실을 피하기 위해 경기에만 매진했다. 삼사자 유니폼은 생각지도 않았다. 멍하게 있었다. 그는 보비 찰턴이었다.

 

▶뮌헨
2달전. 1958년 2월 9일. 서독 뮌헨.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다. 이 비행기 안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이 타고 있었다.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와의 유러피언컵 경기를 마치고 맨체스터로 날아가기로 돼 있었다. 급유를 마친 뒤 두 번에 걸쳐 이륙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 때 활주로에서 미끄러졌다. 인근에 추락했다. 총 44명 가운데 21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2명은 병원에서 사망했다. 총 23명 사망자 가운데 8명은 맨유 선수였고, 3명은 구단 스태프, 나머지 12명은 언론사 기자와 비행기 기장, 승무원, 여행사 직원이었다.
뮌헨 참사는 맨유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게도 큰 손실이었다. 잉글랜드는 1956년과 1957년 승승장구했다. 16경기에서 11승4무1패. 주축은 맨유 선수들이었다. 이 가운데 로저 바이언, 던컨 에드워즈, 데이비드 펙, 토미 테일러 4명이 사망했다.

영국 축구박물관에서는 뮌헨 사건과 찰턴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만큼 그게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사진=이건 기자


특히 에드워즈의 사망은 큰 손실이었다.
미드필더인 그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맨유에 입단, 반년 후 프로에 데뷔했다. 1955~1956시즌, 1956~1957시즌 맨유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1955년 4월 2일 18세의 나이로 삼사자 군단에 승선했다. 팀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삼사자군단의 승승장구를 이끌었다. 모든 플레이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사고가 나고 에드워즈는 병원에 있었다. 게오르그 마우어 박사 등 뮌헨 병원 의료진들은 에드워즈의 회복을 자신했다. 신장을 다쳤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젊었다. 체력도 강했다. 여기에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물론 당시 의료 기술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다들 에드워즈의 회복을 의심하지 않았다.
찰턴은 사고 현장에 있었다. 좌석에 묶인 채 그대로 날아갔다. 천우신조였다. 외상은 거의 없었다.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2월 14일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2월 19일 신문에는 자신의 집 앞에서 어린이들과 볼을 차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잉글랜드로 돌아오기 전 찰턴은 에즈워드를 찾았다. 잉글랜드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게 끝이었다.
2월 21일 아침 찰턴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평소 식탁위에 있던 신문이 하나도 없었다. 찰턴은 어머니에게 "던컨이 죽은거죠?"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그날 새벽 에드워즈는 눈을 감았다. 

찰턴 역시 뮌헨 참사로 큰 부상을 당했다. gettyimages/이매진스

 


▶대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맨유만이 아니었다. 잉글랜드도 대안이 필요했다. 윈터보톰 감독의 눈에 찰턴이 들어왔다.
3월 1일 찰턴은 축구화를 다시 신었다. 에드워즈의 몫까지 해야만 했다. 웨스트브로미치와의 FA컵 6라운드에 선발 출전했다. 찰턴은 달라져있었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팀을 이끌었다. 2대2 무승부를 이끌었다. 4일 후 홈에서 열린 재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해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뮌헨 참사 전 찰턴은 5골을 넣었다. 참사 후 찰턴은 3골을 추가했다. 팀의 주축이 없음에도 일궈낸 성과였다. 이전까지는 에드워즈 등 동료들이 도움이 컸다. 찰턴의 활약에 맨유는 FA컵 준우승, 유러피언컵에서 4강까지 진출했다. 영국 언론은 찰턴에 대해 '지금은 없는 에드워즈처럼 플레이한다'고 평가했다. 찰턴 자신도 2009년 쓴 자서전에서 "뮌헨 참사 이전에는 큰 걱정 없이 축구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났고 모든 것이 변했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낙관만 할 수는 없었다. 계속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다"고 밝혔다. 윈터보톰 감독은 찰턴을 불러들였다. 찰턴은 상당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원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경기력이었다.
특별 관리가 들어갔다. 주장 빌리 라이트였다. 라이트는 어벙벙해하는 찰턴에게 다가갔다. "대표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나와 같은 방을 쓰면 된다"고 했다. 찰턴은 라이트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뮌헨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번 대표팀 승선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자랑할 만한 일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축하의 메시지를 읽고 수백 번 읽어도 감흥이 오질 않아요"라고 했다. 찰턴의 하소연은 계속 됐다. 라이트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일단 쉬어라"고 했다. 이후 며칠 사이에서도 라이트는 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기회를 잡은 것이다. 다만 너 자신이 너무 감정적이 되거나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 기회는 날아갈 수밖에 없다"고만 했다. 찰턴은 오랜 시간 고민했다.
결론을 내렸다. "그래. 내일 나는 다시 고민하고, 슬픔에 빠질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뛰어야만 해. 내가 언제나 내 삶의 중심이었다고 믿는 것을 보여줘야만 해."
축구화 끈을 단단하게 조였다. 1958년 4월 19일(한국시간으로 4월 20일). 58년 전 오늘 잉글랜드 축구 전설 보비 찰턴이 처음으로 '삼사자 군단'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등번호 8번을 달고 스코틀랜드 햄던파크에 선발로 나섰다.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하늘나라로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서였다.

그는 처음으로 종가에 월드컵을 안겼다. gettyimages/이매진스

 

▶8년 그리고 눈물
첫 데뷔전에서 찰턴은 데뷔골을 넣었다.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 다들 열광했다. 찰턴은 5월 7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평가전에서도 혼자 2골을 넣으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윈터보톰 감독은 찰턴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뛰는 양이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충돌이었다.
윈터보톰 감독의 평가는 정확했다. 이어진 유고슬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잉글랜드는 0대5로 대패했다. 찰턴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찰턴은 자존심이 셌다. 20세의 어린 스타였다.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조언을 듣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찰턴은 훗날 자서전에서 이 장면을 후회했다.
남은 것은 '관광객 모드'였다. 그해 스웨덴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찰턴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찰턴은 '스웨덴의 관광객이었다'고 회상했다. 디 대회에서는 펠레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찰턴은 펠레의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그저 벤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찰턴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축구 선수로서의 경력이 쌓이면서 플레이도 노련해졌다. 하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1962년 칠레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8강에서 브라질을 만났다. 1대3으로 졌다. 브라질은 그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1966년 잉글랜드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찰턴이 삼사자 문양을 단지 8년째였다. 찰턴은 이번만큼은 우승을 노렸다. 이미 성숙한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더 이상 스트라이커로도 나서지 않았다. 공격은 제프 허스트가 책임졌다. 찰턴은 허리에서 팀을 조율했다.
포르투갈과의 준결승에서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로 2골을 넣었다. 에우제비오는 경기가 끝난 뒤 찰턴에게 존경의 표시로 와인을 선물했다.
1966년 7월 30일 찰턴은 결승전에 나섰다. 상대는 서독이었다. 신예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찰턴을 전담 마크했다. 찰턴은 조연으로 만족했다. 이날 허스트가 해트트릭을 했다. 연장 접전 끝에 잉글랜드는 4대2로 승리했다. 우승이었다.
경기 후 찰턴은 생애 처음으로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나는 축구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뮌헨의 사건이 컸다. 그날 이후 축구 때문에 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966년 7월 30일 나는 울었다. 진정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바로 그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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