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라는 신조어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기는 단어다. ‘출신 자체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고양 오리온의 우승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많은 메시지를 안겨준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에게는 ‘비주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어 다녔다. 추 감독은 지금은 농구부가 없어진 홍익대를 나왔다. 졸업 후 실업 기아에 입단했으나 선수 생활을 일찍 접었다. 현역 생활도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까웠다.

지난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승리해 13년만의 첫 우승을 차지한 추 감독은 비로소 ‘비주류’라는 말에 농담으로 받아칠 수 있었다.

추 감독은 “제가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 비주류입니다”라고 답했다. 이내 추 감독은 “‘주류냐 비주류냐’ 혹은 ‘우승했냐 못했냐’라는 말이 따라붙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누가 뭐래도 추 감독은 자신의 농구 인생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었다. 추 감독은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끄럽지 않게 인생을 살았다면 (주류든 비주류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고대 안 나온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나 같은 사람이 주류다. 그렇기에 죽을때까지 우승못하더라도 자식들이나 어느 누구한테도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그의 말대로 추 감독은 당당하게 ‘주류’의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추 감독의 우승에 가장 큰 기여를 해 챔피언 결정전 MVP까지 받은 이승현 역시 편견을 이겨낸 선수다.

이승현의 키는 1m97이다. 그에게는 ‘언더사이즈 빅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승현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됐지만 2m가 되지 않는 그의 신장을 두고 KBL에서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말들이 많았다. 이런 편견들은 이승현을 괴롭혔다.

이승현은 “나는 늘 부족한 선수”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들이 그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했다. 지난 시즌 신인왕도 차지했고 이번 시즌에는 팀을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려놨다.

그는 “키가 작다, 느리다는 등의 수식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키 작은 선수도 잘 막을 수 있고 다른 것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실제 이승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신보다 20㎝이상 큰 KCC 하승진(2m21)를 막아내며 팀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