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스포츠에 영원한 기록은 없었다. 미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멤피스와의 2015~2016시즌 최종전에서 125-104로 완승을 거두며 73승(9패)으로 시즌을 끝냈다. 1995~1996시즌 시카고의 단일 시즌 최다승(72승10패) 기록을 새로 쓰며 한 시즌 동안 한 자릿수 패배를 기록한 유일한 팀이 됐다. 시카고의 단일 시즌 72승 기록은 20년 간 절대 깨질 수 없는 기록처럼 여겨졌다. 시카고가 1996~1997시즌 69승을 달성한 게 가장 근접했던 기록이다. 이후 2000년 LA레이커스, 2007년 댈러스, 지난해 골든스테이트가 67승(15패)을 거뒀고 2009년 클리블랜드와 2013년 마이애미가 66승을 기록했을 뿐 아예 70승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20년 간 철옹성 같던 기록이 골든스테이트에 의해 깨졌다.
◇두 팀의 기록 어떻게 다른가?
1995~1996시즌 시카고가 대기록을 달성할 당시 대적할 상대는 없어 보였다. 필 잭슨 감독의 트라이앵클 오펜스는 계속 움직이고 커트 인도 쉴 새 없이 해야하지만 코트 위 선수들이 저마다 제 몫을 해냈다. 마이클 조던의 클러치 능력, 포인트포워드 스코티 피펜의 리딩, 데니스 로드맨의 동물적인 리바운드 등은 시카고의 자랑이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수비조직력도 촘촘했다. 팀 평균 득점은 무려 105.2점으로 가장 많았고, 평균 실점은 92.9점(3위)을 기록했다. 득점과 실점의 마진이 +12.3점이나 됐다. 시카고는 플레이오프와 파이널을 포함해 87승13패(승률 0.870)를 기록했다. 강자들과 맞붙는 단기전에서도 단 3번만 패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톰슨 등 앞선의 화력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해리슨 반스와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 등 다재다능한 포워드 진용으로 스몰라인업을 가동해 정신없이 상대를 몰아쳤다. 센터 앤드류 보거트를 상황에 따라 투입해 높이 열세도 극복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14.9점(1위)을 기록했고, 평균 실점은 104.1점을 기록했다. 득점과 실점의 마진은 +10.8점이다.
73승으로 새 기록을 세운 골든스테이트는 여러 면에서 시카고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단 1995~1996시즌 시카고와 달리 한 번도 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시카고는 72승 달성 시즌 딱 한 번 2연패를 기록한 적 있다. 또 센트럴 타임 존을 사용하는 시카고는 서부와 2시간, 동부와 1시간 차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서부 시간대로 동부와 3시간 차가 난다. 시차에 있어 불리한 상황에서도 73승을 거뒀다는 게 놀랍다. 동부 콘퍼런스보다 서부 콘퍼런스 팀들의 평균 전력이 좀 더 좋은 것도 서부에 속한 골든스테이트의 대기록이 빛나는 이유다.
◇시공초월 두 팀이 맞붙으면?
70승 이상을 달성한 팀끼리 현 시점에서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미국 현지뿐 아니라 국내 NBA 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시카고 왕조의 베스트5는 론 하퍼, 조던, 피펜, 로드맨, 룩 롱리다. 식스맨으로 현 골든스테이트 사령탑인 스티브 커 감독과 토니 쿠코치가 주전을 뒷받침했다. 조던과 피펜, 로드맨이 공수의 핵심이었다. 조던은 상대 집중견제에도 늘 20점 이상을 꾸준히 올려줬고 클러치 슈터로의 위용을 과시했다. 피펜은 상대 에이스를 꽁꽁 묶었고 로드맨은 몸을 던져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하퍼와 롱리는 조연 역할을 맡았지만 트라이앵글 오펜스와 수비 이해도가 높았다. 커 감독과 쿠코치는 외곽에서 소금같은 한 방씩을 터뜨려줬다. 골든스테이트에 비해 시카고가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점은 개개인의 수비 능력이다. 조던과 피펜은 각각 9번과 10번 수비 5걸에 선정됐다. 로드맨은 7번 해당 포지션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피펜은 “내가 (전성기 때라면) 커리 득점을 20점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힌 현지 인터뷰에 고개를 끄덕인 팬들도 적지 않다. 당시 장신 가드였던 하퍼 역시 수비에 치중하며 조던의 활동폭을 넓혀줬고 롱리 역시 경기당 1.4블록슛을 기록했다.
골든스테이트는 화끈한 3점포를 자랑하는 커리와 톰슨, 다재다능한 포워드 해리슨 반스와 안드레 이궈달라. 드레이몬드 그린이 버티고 있다. 커리는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가고 스몰포워드인 톰슨은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소화한다. 센터 앤드류 보거트가 있지만 느리기 때문에 스몰라인업으로 경기를 운용할 때 그린(201㎝)이 센터를 보고 반스(203㎝)가 파워포워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스 역시 운동능력이 좋아 리바운드에 잘 가담한다. 이궈달라는 1~3번 포지션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다. 숀 리빙스턴과 이궈달라, 스피츠가 백업 역할을 하지만 이들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두꺼운 선수층을 토대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했기에 대기록 달성이 가능했다. 골든스테이트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역시 3점포다. 커리와 톰슨은 각각 경기당 3점슛 5.1, 3.5개를 기록했다. 경기당 팀 3점슛도 13.1개로 가장 많다.
두 팀의 대결은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하퍼와 조던, 피펜이 커리와 톰슨, 반스와 매치업을 이룰 수 있고 ‘블루워커’ 로드맨과 그린의 골밑 대결도 기대요소다. 같은 호주 출신인 롱리와 보거트의 센터 대결도 이슈가 될 수 있다. 시카고 토니 쿠코치, 스티브 커와 골든스테이트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의 벤치대결도 흥미로울 전망이다. 피펜 등 시카고의 레전드들은 수비력의 차이를 들어 시카고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골든스테이트 역시 특정 표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5명의 선수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원활한 스위치 디펜스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지만 시카고 역시 그랬다. 시카고는 포인트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스위치할 수 있던 최초의 팀으로 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선수 개개인의 수비력에서 차이가 난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그린까지 3점슛을 던지는 등 전 포지션의 선수가 외곽포를 던지는 게 최대 강점이다. 스몰볼과 외곽슛 중심의 업템포 농구를 구사하는 골든스테이트가 빠른 템포로 흐름을 지배하면 시카고의 수비도 고전할 수 있다.
◇조던과 커리의 대결은?
두 팀의 가상 대결이 관심을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조던과 커리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최고의 득점기계의 만남이다. 조던은 NBA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당시 같은 포지션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큰 편이면서도 엄청난 탄력과 운동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고 공중에서도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해 수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공격루트를 자랑했고 수비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기량을 과시했다. 공수에서 완벽한 조던은 지금도 농구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커리는 이번 시즌 경기당 30.1점을 기록하며 골든스테이트의 공격을 이끌었다. 포인트가드로서 경기 조율뿐 아니라 공격의 마무리까지 맡고 있다. 경기당 6.7어시스트를 배달한 그는 NBA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시즌 3점슛 400개(402개)까지 넘어섰다. 시즌 3점슛 성공률도 무려 45.4%나 된다. 그의 팬들은 그를 ‘3점슛을 던지는 조던’이라 부른다.
조던이 직접 커리를 막을 수도 있지만 매치업으로 보면 하퍼가 맡을 가능성이 높고, 피펜까지도 커리 봉쇄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매치업 여부보다 규정이 더 큰 변수다. 2000년대 들어 지역방어의 부분적 허용으로 부정수비가 사라졌고 그 룰대로라면 조던의 돌파나 점프슛을 막기 위해 골든스테이트는 이중, 삼중 수비를 세울 수 있다. 2004~2005시즌 이후 핸드체킹 규정 강화로 과거와 같은 격렬한 신체접촉이 묵인되지 않는데 시카고 선수들이 과거처럼 커리를 막으면 쉴 새 없이 파울선언이 될 것이다. 커 감독도 현지 인터뷰를 통해 이 점을 언급하며 조던과 커리의 맞대결 승자를 쉽게 꼽을 수 없다고 밝혔다akdl
제목: 마이클 조던VS스테판 커리
